EPHEMER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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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마담』이라는 시리즈의 할머니 초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세월의 나이테와 굴곡진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주름진 그녀들이 꿈인듯 현실인듯 흐드러진 꽃과 함께 웃고 있는 그 초상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와 여성에게 바치는 신성한 의식 같았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故안점순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보았습니다. 치열하다는 말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그 분들의 삶에 바치는 헌화가이자 씻김굿과도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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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개인전
_EPHEMERAL LANDSCAPE
홍일화 작가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자연이라는 대세계 속에 속하였지만 자연과 대치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로 인해 파생된 지배와 차별의 관점으로 작품들을 논의하였고, 이번에 발표하게된 그의 『임시 풍경』은 그 대상인 자연과 인간 그리고 양자간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작가적 사유가 깊이 있게 펼쳐집니다.
신비와 생경과 그 속에 드러나는 진실이 짙고 깊은 홍일화 작가의 임시 풍경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갤러리 마리 대표 정 마 리 드림
보여지는 대상이 형과 색에서 초현실적이고 붓질이 반복적으로 패턴화를 그려내는 동안 나타나는 것은 마법에 둘러싸인 것 같은 근원적 신비다.
그 동안 그가 천작해왔던 인물화인 Shema(스키마) 시리즈에서 여성의 신체가 자연과 경계 없이 도식화된 자연물 패턴으로 표현되었던 것 역시 같은 맥 락으로 번역할 수 있기에 이번 전시에는 그의 신작 『임시 풍경』 시리즈 24점과 함께 특별히 낙점된 10점의 스키마,인터레이스, 마스크 시리즈도 전시될 예 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시각과 논리가 간과하고 당연히 여기는 것을 꿰뚫어 탐구하는 홍일화의 화가의 시각을 새로운 예술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GALLERY MARIE
갤러리 마리는 2020년 4월 3일부터 2020년 5월 30일까지 특별 초대전으로 홍일화의 《EPHEMERAL LANDSCAPE 》_임시 풍경을 개최한다. 재불작가인 홍일화는 프랑스를 주무대로 활동하다가 2008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갖고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전시마다 화제를 낳는 동시대 작가로서의 전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갤러리 마리에서의 《EPHEMERAL LANDSCAPE 》_ 임시 풍경展은 나무와 숲, 바다와 같은 자연을 심미적 인식의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술에 서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대상(objet)을 주체가 어떻게 표상(represent)하는가?’에 대한 선택지들 중에서 그가 제시한 답은 자연과의 화해이다.
도르노는 그의 저서 『계몽의 변증법』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올림푸스 신들의 자손들은 신을 조상이나 부모로 두었지만 신들과는 달리 타나토스(죽음)의 운명을 가진 나약한 존재로서 죽음과 공포로 부터 비롯되는 자신의 운명을 해쳐가야 했다. 인간이 신과 주술적 소통이 가능하던 시대, 신과 동격인 자연은 신비롭고 마법과 같은 불가사의한 힘과 아름다움이 있었으나 인간에게는 위협과 공포와 금기의 요소가 많았다. 그리하여 신화 속 영웅들은 기지를 발휘해 사이렌 요정의 유혹을 물리치고 난파되지 않으며, 식인 거인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하여 자기 보전(self-preservation)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영역 즉 문명을 개척해야 했다. 그렇게 신과 그들의 권역인 자연으로부터 탈출하였고 신화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과의 미메시스적 화해를 위한
임시 풍경에로의 초대
인간의 역사 이전에 신화의 시대가 있었다. 고대인들의 신화에는 천지의 생성부터 하늘과 땅 사이의 각 부분을 관장하는 올림푸스 12신이 있었고, 그들의 자손인 인류의 기원이 있었다. 신들이 주관하던 자연은 하나하나의 개별적 사물들이 모여 있는 세계가 아니라 “뒤엉킨 자연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것, 낯선 것들이 원초적으로 미분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경험계를 초월하는 것이고, 사물의 이미 알려진 속성 외에 사물 속에 있는 그 이상의 무엇으로서 정령이 들어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미지의 것, 낯선 것으로 다가오는 뒤엉킨 자연 전체에 대해 항상 불안과 공포심을 느낀다고 아
자연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다
"생태학적 야생 공간인 숲은
공포의 대상인 한편 인간이 범접할 수 없기에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미지이다."
- 홍일화 작가 노트 중에서 -
Ephemeral landscape 1203.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1209.
oil on canvas, 60 x 92 cm,
2019
Schema 1122.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6
Schema 1014.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7
Ephemeral landscape 0218.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1218.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0207.
oil on canvas, 65 x 81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309.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301.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1205.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0206.
oil on canvas, 73 x 92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11.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20.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920.
oil on canvas, 116 x 73 cm,
2019
Index
Ephemeral landscape 1022.
oil on canvas, 73 x 100 cm,
2019
"사회가 정한 다수의 코드에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불법행위를 한 것 인양 살벌한 주위의 시선에 난도질 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 홍일화 작가 노트 중에서 -
Ephemeral landscape 1015.
oil on canvas, 73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1030.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1106.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_landscape 0121,
oil on canvas, 116 x 73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21.
oil on canvas, 73 x 100 cm,
2020
Ephemeral landscape 1010.
oil on canvas, 73 x 93 cm,
2019
Ephemeral landscape 0126.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09.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08.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Ephemeral landscape 0215.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Interlace 0712.
oil on linen, 130 x 162 cm,
2017
Schema 0323.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7
Schema 1020.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6
Schema 0108.
oil on canvas, 60 x 60 cm,
2016
Schema 0103.
oil on canvas, 60 x 60 cm,
2017
Interlace 2011.
oil on linen, 30 x 30 cm,
2018
Interlace 3103.
oil on linen, 30 x 30 cm,
2019
Safemask 2077.
oil on canvas, 34 x 46 cm,
2017
Makeup 0820.
oil on canvas, 60 x 60 cm,
2017
Copyrights 2019, HONG IL HWA All Rights Reserved.
HONG
IL HWA
Design By
_임시풍경
Copyrights 2019, HONG IL HWA All Rights Reserved.
HONG IL HWA
Design By
orientation
LANDSCAPE
몇 해전 『마담』이라는 시리즈의 할머니 초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세월의 나이테와 굴곡진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주름진 그녀들이 꿈인듯 현실인듯 흐드러진 꽃과 함께 웃고 있는 그 초상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와 여성에게 바치는 신성한 의식 같았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故안점순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보았습니다. 치열하다는 말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그 분들의 삶에 바치는 헌화가이자 씻김굿과도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존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홍일화 작가와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자연이라는 대세계 속에 속하였지만 자연과 대치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로 인해 파생된 지배와 차별의 관점으로 작품들을 논의하였고, 이번에 발표하게된 그의 『임시 풍경』은 그 대상인 자연과 인간 그리고 양자간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작가적 사유가 깊이 있게 펼쳐집니다.
신비와 생경과 그 속에 드러나는 진실이 짙고 깊은 홍일화 작가의 임시 풍경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갤러리 마리 대표 정 마 리 드림
갤러리 마리는 2020년 4월 3일부터 2020년 5월 30일까지 특별 초대전으로 홍일화의 《EPHEMERAL LANDSCAPE 》_임시 풍경을 개최한다. 재불작가인 홍일화는 프랑스를 주무대로 활동하다가 2008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갖고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전시마다 화제를 낳는 동시대 작가로서의 전시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갤러리 마리에서의 《EPHEMERAL LANDSCAPE 》_ 임시 풍경展은 나무와 숲, 바다와 같은 자연을 심미적 인식의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술에 서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대상(objet)을 주체가 어떻게 표상(represent)하는가?’에 대한 선택지들 중에서 그가 제시한 답은 자연과의 화해이다. 보여지 는 대상이 형과 색에서 초현실적이고 붓질이 반복적으로 패턴화를 그려내는 동안 나타나는 것은 마법에 둘러싸인 것 같은 근원적 신비다.
그 동안 그가 천작해왔던 인물화인 Shema(스키마) 시리즈에서 여성의 신체가 자연과 경계 없이 도식화된 자연물 패턴으로 표현되었던 것 역시 같은 맥 락으로 번역할 수 있기에 이번 전시에는 그의 신작 『임시 풍경』 시리즈 24점과 함께 특별히 낙점된 10점의 스키마,인터레이스, 마스크 시리즈도 전시될 예 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의 시각과 논리가 간과하고 당연히 여기는 것을 꿰뚫어 탐구하는 홍일화의 화가의 시각을 새로운 예술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홍일화의 『임시 풍경』 시리즈 작품들 중에는 핑크색의 알 수 없는 형상의 더미 외에 숲, 강물, 바다, 파도, 대지 등이 천연덕스러운 핑크로 대치된다. 엷게 비치는 핑크가 아니라 진득한 분홍 고무가 녹아내린 듯한 핑크가 주는 쇼크에 잠시 머물다 보면 계몽은 단지 신화의 자연을 벗어나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성과 그것을 통해 지배를 추구하는 또 다른 신화로 전락해가는 과정이라는 아도르노의 지적이 떠오른다. 사회적 보편성은 비동일적인 특수자를 억압한다. 동일성은 그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여 비동일성(non-identity), 타자성(otherness)을 제거하려하며, 그럼으로써 계몽으로서의 동일성은 스스로 문명임을 포기하고 나치즘과 같은 야만을 생성하는 것이다.
자연 세계 내에 이미 존재 했었음에도 문명이라는 렌즈에 가려 식별되지 않았거나 혹은 사회적 · 시대적 보편에 따라 성(性)정체 코드와 맞물렸던 핑크를 주저없이 숲과 바다에 펼쳐낸 『임시 풍경』은 그러한 문명의 억압과 지배와 사회적 야만에 대한 반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홍일화의 풍경이 『임시 풍경』인 것은 이러한 절대와 보편과 그리고 개념에 의한 통일화와 동일성에 반기를 들며 나아가 지금 여기서 내가 대상에 대해 비동일적으로 경험하고 인식하고 표상한 것 역시 개별적이고 불완전한 것임을 드러낸다. 개념이 파악한 동일성은 그저 가상(illusion)에 지나지 않음에도 그 대상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근원적 오류에 대항하며 어떤 확정성도 남겨 놓지 않으려는 해방의 가능성 모색이다.
한편 감상자가 예술작품에 미메시스적으로 접근할 때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나 자신이 없어지거나 혹은 나 자신을 작품에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객체의 우선성에 입각하여 예술작품이나 자연에 접근할 때, 타자와 나와의 불일치로서의 자신의 한계나 유한성을 자각하는 전율(shudder)을 체험하게 된다. 전율은 자아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전율 속에서 우리는 자연미(natural beauty)를 느낀다. 단순히 자연도 아니고, 개별적인 자연적 아름다움도 아니며, 자연미 그 자체인 것이다. 자연미에 대한 체험 속에서 “화해”의 계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과 타자와의 통일이나 조화를 위해 자아나 타자를 재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통해 각자의 존재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대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상대에 전율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홍일화가 심미화시키고 재배열한 풍경과 초상에는 자연과의 화해 통로가 있다. 우리 스스로 등지고 차별해온 온전히 늘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던,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을, 그러다 어떤 날에 무심코 두려움과 신비의 전율을 발견하게 될 숲 속으로 가는 길이 거기 있다.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주체적 개인”들의 소모적이고 야만적인 투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미(審美, aesthetic)가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갤러리 마리 차경림 아트디렉터
… 정말 좋은 늑대 같았어요. 늑대가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여 주었어요. 숲에서는 누구나 어리석을 수 있지. 옮음도 그름도 숲에서는 무의미하지. 옳지 않은 일과 옳은 일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알까? 해야 할 일과 맞서야 할 일, 스스로 결정해. 마녀가 옳을 지 몰라. 거인이 선할지 몰라.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결정해. 숲에 다녀오면 숲과 마을 그 중간 어디에 살기를 꿈꾸지…
자연과 미메시스적으로 화해하다
한편으로 자연에 적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연을 기만하여 위기로부터 탈출한 인간의 이성적 간계는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근대계몽이라는 대기획을 통해 신화시대의 이성적 간계를 이용하여 자연으로부터 탈출하는 전략을 넘어서서 자연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 계몽주의 철학과 과학의 발달이 궤를 같이 하여, 자연의 신비를 벗기는 일에 몰두하였다.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아니며, 계산 가능성과 유용성의 척도에 들어맞지 않는 것은 폐기되었고, 신성이 거세된 자연은 단지 인간을 위한 사물이 되었다. 개념화에 의해 불명료한 자연의 낱낱의 요소들이 가지는 무질서 하고 다의적이고 낯선 것들의 의미를 통일시키고, 특수하고 질적인 차이를 은폐하며 인간을 구성하는 토대로서의 자연을 망각하게 되었다. 자연은 이제 질적 요소들을 박탈당한 채 죽은 시체와도 같은 존재로 전락하였다.
"생태학적 야생 공간인 숲은 공포의 대상인 한편 인간이 범접할 수 없기에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미지이다."
- 홍일화 작가 노트 중에서 –
자연을 지배하다
인간의 역사 이전에 신화의 시대가 있었다. 고대인들의 신화에는 천지의 생성부터 하늘과 땅 사이의 각 부분을 관장하는 올림푸스 12신이 있었고, 그들의 자손인 인류의 기원이 있었다. 신들이 주관하던 자연은 하나하나의 개별적 사물들이 모여 있는 세계가 아니라 “뒤엉킨 자연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것, 낯선 것들이 원초적으로 미분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경험계를 초월하는 것이고, 사물의 이미 알려진 속성 외에 사물 속에 있는 그 이상의 무엇으로서 정령이 들어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미지의 것, 낯선 것으로 다가오는 뒤엉킨 자연 전체에 대해 항상 불안과 공포심을 느낀다고 아도르노는 그의 저서 『계몽의 변증법』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올림푸스 신들의 자손들은 신을 조상이나 부모로 두었지만 신들과는 달리 타나토스(죽음)의 운명을 가진 나약한 존재로서 죽음과 공포로 부터 비롯되는 자신의 운명을 해쳐가야 했다. 인간이 신과 주술적 소통이 가능하던 시대, 신과 동격인 자연은 신비롭고 마법과 같은 불가사의한 힘과 아름다움이 있었으나 인간에게는 위협과 공포와 금기의 요소가 많았다. 그리하여 신화 속 영웅들은 기지를 발휘해 사이렌 요정의 유혹을 물리치고 난파되지 않으며, 식인 거인의 손아귀에서도 벗어나기도 한다. 그리하여 자기 보전(self-preservation)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영역 즉 문명을 개척해야 했다. 그렇게 신과 그들의 권역인 자연으로부터 탈출하였고 신화의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연과의 미메시스적 화해를 위한 임시 풍경에로의 초대
숲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곳곳에 인간의 보전에 위해(危害) 되는 것들이 있고, 오래 머물다 보면 목가적 상황 역시 환각의 행복에 불과하여 무미건조한 무위도식이고, 동물의 삶처럼 결핍된 것이다. 그러므로 신화는 주술적 태도로 자연에 사로잡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간계를 이용하여 자연으로부터 탈출하는 방식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개념적 동일화에 의해 신을 떠나 자연을 지배하기 이전의 그 중간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숲과 마을의 바로 그 중간에 대하여 아도르노는 “미메시스적 화해(mimetic reconciliation)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미메시스란 예술 철학에서 “객체의 모방"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아도르노는 미메시스를 “객체와의 친근화”로 정의한다. 미메시스는 자신이 타자로 인식될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상에 친근하게 접근하는 것을 의미하며, 신화적 세계에는 이러한 미메시스적 계기들이 깃들어 있었다. 예를 들어 마귀들을 놀라게 하거나 달래기 위해 주술사는 마귀와 유사해지려 한다. 즉, 주술의 단계에서 주술사는 자연이나 신을 부정하고 지배하지 않으며, 그것들의 횡포를 무마하기 위해 그것들과 가까이하여 유사해지려 한다. 여기에 바로 미메시스적 태도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단지 자연과 유사해짐으로써 자연을 달래고 자연과 화해하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계몽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미메시스적 계기들은 축출되고 본능적인 미메시스는 주술이 목적지향적인 것으로 전화되면서 의식적으로 숙달된 도구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 외에 어떤 방법으로 본래의 미메시스를 되찾을수 있을까?
이렇듯 인간이 자기 보전을 위해서 사실상 반자연적 질서를 추구함으로써 그 이전의 신화를 해체하고 자연을 지배하여 얻은 것은 인간 자신에 대한 지배와, 자기 억압 상태로의 회귀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자연에 의해 구속되지 않고 자연을 지배하지도 않으면서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이 질문을 던지자니 영화 『숲 속으로』 에서 각각의 동화 주인공들이 던지던 대사가 떠오른다.
아도르노는 계몽의 과정에서 축출된 미메시스적 계기가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주체인 예술의 심미적(aesthetic)차원에서 다시 복원된다고 본다. 예술작품은 속에서의 미메시스는 대상을 단순히 “모방하는(imitate) 것이 아니라 자신을 그것에 친근시키는(assimilate)것”이다. 예술작품은 단지 현실로부터 도피한 가상(illusion)의 세계이거나 혹은 현실에 대한 무반성적 반영(reflection)의 결과가 아니다. 예술은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그 연관성의 핵심은 예술이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지점이 되어 현실의 요소들을 재배치하고 현실의 지배적 관계들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있다. 화가의 그림은 재현(represent)하기 보다는 그린다(paint). 그것은 현실을 지배하는 억압적인 동일화의 강제에 대항하는 투쟁 가운데 비동일적인(non-identical)것을 도와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일화의 전작들인 『스키마』 시리즈는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장신구로 치장한 여성이 마치 패션화보처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되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들의 장신구는 자연의 일부로 도식화된 패턴으로 감싸져 있으며 메이크업은 보호색과 경고색처럼 분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주제부와 배경부의 경계가 모호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놓인 초상이다. 그의 또 다른 연작 『인터레이스』 에서 여인들은 꽃과 풀과 물고기, 동물 등 자연물과 엮어 짜여진 듯한 모습이다. 보그와 코스모폴리탄의 동시대 커버걸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의 붓끝에서 인터레이스 된 것 같다. 인간 안에 내재된 미지에 대한 숭상과 생명의 모태가 되는 여성을 향한 경외라고 홍일화는 말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신화시대에서처럼 신과 주술적으로 소통하고,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자연과 유사해지려는 미메시스적 의식의 표현인 것이다. 바로크의 화려함을 차용한 자연물 낱낱의 장식은 비틀어진 변형으로 강조점을 살리는 극적 효과를 주며, 그로데스크한 느낌으로 알레고리를 읽게 한다. 또한 『임시 풍경』에서의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자연 대상물 역시 엠블럼화된(emblemized) 낯선 형과 색으로 시선을 잡고, 심리적 불편감을 주지만 이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연의 동일화에 대한 거부이자 홍일화가 재배치한 자연에의 친근화(assimilation)이자 미메시스적 화해이다.
"사회가 정한 다수의 코드에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불법행위를 한 것 인양
살벌한 주위의 시선에 난도질 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 홍일화 작가노트 중에서 –
우리는 이제 일체의 구분선 없던 자연을 문명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의 내적 표상으로 재단한다. 재단할 수 없는 것들이 다가오는 순간 공포를 느낀다. 홍일화의 『임시 풍경』 중에서 숲과 강 한 가운데 자리한 핑크색 더미 이미지의 작품들을 보면 작품 속 핑크 더미는 딸기 우유같이 스며드는 달달한 낯섬이 아니다. 또한 자연물이 의인화되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의 생경(生硬)이 만들어낸 신비가 비치는 한편 왠지 기이하고 불편하고 불안정하며 공포스럽다. 마치 요정, 나무, 바위, 절벽, 꽃들이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형상으로 가득했던 영화 『말레피센트』의 정령들이 모여 사는 인간 사회와 단절된 무어 숲처럼 말이다. 홍일화는 제주 곶자왈 숲에서의 야생이 깨어나던 밤의 경험을 이렇게 풀고 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의 신화적 자연을 탈출하여 얻은 문명의 대가는 보편이 아닌 것 , 인위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 그것들은 개념화 되지 않는 카오스 같고 마치 깜깜한 밤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처럼 알 수 없는 공포와 신비를 모두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생태학적 야생 공간인 숲은 공포의 대상인 한편
인간이 범접할 수 없기에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미지이다."
- 홍일화 작가 노트 중에서 -
Ephemeral landscape 1203.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 landscape 0218.
oil on canvas, 46 x 55 cm,
2020
"사회가 정한 다수의 코드에 따라가지 않으면
마치 불법행위를 한 것 인양
살벌한 주위의 시선에 난도질 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 홍일화 작가 노트 중에서 -
Ephemeral landscape 1106.
oil on canvas, 100 x 100 cm,
2019
Ephemeral_landscape
0121,
oil on canvas,
116 x 73 cm,
2020
Schema 1020.
oil on canvas, 81 x 100 cm,
2016
HONGILHWA
1/5
2010
사야갤러리, 대구 (한국)
2009 갤러리 89, 파리 (프랑스)
2008 <> 아들레르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20
<> 갤러리 마리, 서울 (한국)
2019 <> 인터와이어드 스튜디오스, 서울 (한국)
2018 <> 갤러리 담, 서울 (한국)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 Real>> 어반 앨리스 뮤제, 서울 (한국)
<< The Mask>>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2017
<<망상>> 갤러리 클루, LA (미국)
<<스키마>> 영선갤러리, 수원 (한국)
2015
<<페르소나>> 갤러리 케로만, 로리앙 (프랑스)
<<담 다뚜르>> 갤러리 89, 파리 (프랑스)
2014
<< 미.추.미>>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익숙한 초상>> 갤러리 담, 서울 (한국)
2013 <<익숙한 풍경>> 갤러리 들로름, 파리 (프랑스)
2012 <<기억의 역사>> 갤러리 썽 농, 브뤽쎌 (벨기에)
2011 <<노이즈 마케팅>> 갤러리 세줄, 서울 (한국)
<> 쎄쏭 쎄비니에 아트센터 (프랑스)
<> 넷 플러스 갤러리, 쎄쏭 쎄비니에 (프랑스)
2003년 Ecole des Beaux-Arts 졸업. 석사
개인전
2014
<< 미.추.미>>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익숙한 초상>> 갤러리 담, 서울 (한국)
2013 <<익숙한 풍경>> 갤러리 들로름, 파리 (프랑스)
2012 <<기억의 역사>> 갤러리 썽 농, 브뤽쎌 (벨기에)
2011 <<노이즈 마케팅>> 갤러리 세줄, 서울 (한국)
<> 쎄쏭 쎄비니에 아트센터 (프랑스)
<> 넷 플러스 갤러리, 쎄쏭 쎄비니에 (프랑스)
2010 사야갤러리, 대구 (한국)
2009 갤러리 89, 파리 (프랑스)
2008 <> 아들레르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03년 Ecole des Beaux-Arts 졸업. 석사
개인전
2020 <> 갤러리 마리, 서울 (한국)
2019 <> 인터와이어드 스튜디오스, 서울 (한국)
2018 <> 갤러리 담, 서울 (한국) 라 메죵 데 쟈르 , 바르까레스 (프랑스)
<< Real>> 어반 앨리스 뮤제, 서울 (한국)
<< The Mask>> 갤러리 예동, 부산 (한국)
2017<<망상>> 갤러리 클루, LA (미국)
<<스키마>> 영선갤러리, 수원 (한국)
2015 <<페르소나>> 갤러리 케로만, 로리앙 (프랑스)
<<담 다뚜르>> 갤러리 89, 파리 (프랑스)
그룹전
<> 주 마드리드 문화원, 마드리드 (스페인)
<< 감각교류 >> 국제예술공동체, 파리 (프랑스)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2014 << Art’Monie #2>> 주 LA 한국문화원 (LA. 미국)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2020
<< 화랑미술제 >> COEX, 서울 (한국)
2019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3.1운동 100주년 바라본 여성인권>> 동탄아트스페이스, 화성 (한국)
<> 국회의사당, 서울 (한국)
2018 <<간>>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 생태교육장, 보은군 (한국)
<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Glendale (미국)
<> 국제예술공동체, Paris (프랑스)
2017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KIAF>> COEX , 서울 (한국)
<< Viento Del Este>> STOA 갤러리, 에스테포나 (스페인)
<< 파리에서 온 휴가 >> 오차드갤러리, 서울 (한국)
2013
<< 오디세이 II>>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
> 갤러리 파브리끄 (파리. 프랑스)
<> 89 갤러리 (파리. 프랑스)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 마르벨라 아트페어>> Palacio de Ferias,마르벨라 (스페인) << 화랑미술제 >> COEX, 서울 (한국)
2016
<< 공간영역 Paris-LA>> 중앙일보 갤러리, LA (미국)
<< Figuration et representation>> 블랙스톤 GC 갤러리, 여주 (한국)
<< 광주비엔날레 틀별전 >>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 광주 (한국)
<< 서울오픈아트페어 >> COEX, 서울 (한국)
2015 <<아름다운 다리 II>>한가람 미술관, 서울 (한국)
그룹전
2020 << 화랑미술제 >> COEX, 서울 (한국)
2019 <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3.1운동 100주년 바라본 여성인권>> 동탄아트스페이스, 화성 (한국)
<> 국회의사당, 서울 (한국)
2018 <<간>>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백두대간 속리산 관문 생태교육장, 보은군 (한국)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Glendale (미국)
<> 국제예술공동체, Paris (프랑스)
2017 <> 바스티유 디자인 센터, Paris (프랑스)
<< KIAF>> COEX , 서울 (한국)
<< Viento Del Este>> STOA 갤러리, 에스테포나 (스페인)
<< 파리에서 온 휴가 >> 오차드갤러리, 서울 (한국)
<< 마르벨라 아트페어>> Palacio de Ferias, 마르벨라 (스페인)
<< 화랑미술제 >> COEX, 서울 (한국)
2016
<< 공간영역 Paris-LA>> 중앙일보 갤러리, LA (미국)
<< Figuration et representation>> 블랙스톤 GC 갤러리, 여주 (한국)
<< 광주비엔날레 틀별전 >>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 광주 (한국)
<< 서울오픈아트페어 >> COEX, 서울 (한국)
2015 <<아름다운 다리 II>>한가람 미술관, 서울 (한국)
<
> 주 마드리드 문화원, 마드리드 (스페인)
<< 감각교류 >> 국제예술공동체, 파리 (프랑스)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2014 << Art’Monie #2>> 주 LA 한국문화원 (LA. 미국)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2013 << 오디세이 II>>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워싱턴 DC. 미국)
<> 갤러리 파브리끄 (파리. 프랑스)
<> 89 갤러리 (파리. 프랑스)
<> 보갸르 성 (셀레뜨.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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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경력]
2018 갤리포니아주 표창장
2008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
2004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우수상
2003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특선
2002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특선
[콜라보레이션]
2018 다큐멘타리 영화 << 샤먼로드>>
2017 영화<< 리얼>>
KCC 와 한국미래환경협회와 서울대공원 벽화
에어린 향수 광고시안
[REPORTAGE]
2007 ‘VERNISSAGE’ 10대 현대작가 회화부문 선정. BILBOQUET (렌. 프랑스)
현. (사)한국미래환경협회 홍보대사, 파리 재불작가 소나무협회 회원, 한국판화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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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경력]
2018 갤리포니아주 표창장
2008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
2004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우수상
2003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특선
2002 한국현대판화가협회공모전 특선
[콜라보레이션]
2018 다큐멘타리 영화 << 샤먼로드>>
2017 영화<< 리얼>>
KCC 와 한국미래환경협회와 서울대공원 벽화
에어린 향수 광고시안
[REPORTAGE]
2007 ‘VERNISSAGE’ 10대 현대작가 회화부문 선정. BILBOQUET (렌. 프랑스)
현. (사)한국미래환경협회 홍보대사, 파리 재불작가 소나무협회 회원, 한국판화가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