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얽히고 섞여있다. 생존을 하기위해 참아내야 하고 버텨야 하며
때로는 기회에 따라 그 정체를 들어내야 하고 한 번 나오면 갈 수 있는한
최대한 앞질러 가야한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멈추고 다시 땅속으로
숨어들어가야 한다. 이는 생존의 법칙이며 자연의 섭리인지 모른다.
모든것이 뒤죽박죽이다. 얹혀져 있고 덮혀져 있으며 깔려있고 부러져
있다. 그렇게 부러진 형태에 작은 기운이 몰래 숨죽이며 형태를 들어낸다.
이게 곶자왈이며 내가 보고자란 할머니, 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 같다.
내것을 내형태를 만들려하면 지저분한 덩쿨이 묶어버리고 눌러버려
더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얽어멘다. 그리고 끌어내린다. 숨죽여 기다리다
기운을 모으고 한차례 더 뻗어 올라간다. 아니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뻗쳐나간다. 그렇게 무수히 반복하면서 얽히고 섞여있다. 그 누가 주도
종도 아니다. 공존이며 기생이고 생존이다.
때론 그렇게 치열하게 생존하다 꺽이고 부러져 죽는다. 그렇다고 어느
무엇도 위로해주지 않는다. 죽어서 썩어버리는 그 터 위에 내자리를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색이바랜 형체는 하나둘 떨어져 다른 무언가의
거름이 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흘러가고 거듭난다.
내가 먼저 있어거늘 진눌릴데로 진눌려 바닥이 되고 그곳에 내 숨구멍을
만든다. 조금씩 조금씩 널혀갈 뿐이다. 너무 들어나면 안된다. 그사이로
또 무엇인가 비집고 들어와 숨통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렇게
숨죽여 기다리며 틈을 만들어낸다. - 홍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