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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ne가시나무_ 잃어버린 마법과 상상력의 반격

차경림 (갤러리 마리 아트디렉터) 

모든 것은 자연을 타자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공포로부터 시작되었다. 신화와 주술이 깨지지 않던 시절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는 미메시스였다. 나무는 단순히 그냥 나무가 아니라 타자의 증거이며 자연을 살아있는 신령한 것으로 의식하는 주술사는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스스로를 자연에 유사하게 만드는 미메시스의 제전을 행하였다. 새를 사냥하거나 자연 속을 헤매고 다닐 때 누군가 자신을 뒤쫓는 듯한 낮은 숨소리를 소년은 들어야 했다. 소년이 마침내 호수에서 조각배를 몰래 탔을 때 커다란 바위산이 쫓아오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던 이야기는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가 <<서곡The Prelude>>에서 제시한 자신의 어린시절이었다. 그것은 원시시대의 주술사에게 자연이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내 계몽주의가 미신이라 치부하는 자연에 대한 경외와 미지는 사라졌다. 자기 보전self-preservation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영역 즉 문명을 개척해야 했다. 계몽주의 철학과 과학의 발달이 궤를 같이 하여, 자연의 신비를 벗기는 일에 몰두하였고 아도르노Theodor Wiesengrund Adorno는 이를 두고 “계몽의 프로그램은 세계의 탈마법화disenchantment였다. 즉, 신화myth를 해체하고 환상fancy 대신에 지식을 대체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홍일화의 전작 『임시 풍경』과 『스키마』, 『인터레이스』 시리즈는 모두 신화시대에서처럼 신과 주술적으로 소통하고,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자연과 유사해지려는 미메시스적 의식의 표현이었다. 특히 『스키마』와 『인터레이스』 의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장신구로 치장한 마치 패션화보처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된 여성의 초상은 이내 그것이 자연의 일부로 도식화된 패턴으로 감싸져있거나 꽃과 풀과 물고기, 동물 등 자연물과 엮어 짜여진 듯한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주술사가 가면을 쓰고 제전을 벌이듯 그로데스크한 느낌으로 알레고리를 읽게 한다.
 
『임시 풍경』 시리즈는 계몽주의의 산물인 절대와 보편과 그리고 개념에 의한 통일화와 동일성에 대한 반기이자, 초현실적인 색과 형의 풍경으로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해주는 화해의 통로였다. 신성이 거세되고 인간을 위한 사물로만 인식되며, 모든 질적 요소들을 박탈당한 채 죽은 시체와도 같은 존재로 전락한 자연에 핑크색의 알 수 없는 형상의 더미 외에 숲, 강물, 바다, 파도, 대지 등을 천연덕스러운 핑크로 물들였다. 이렇게 초현실적으로 표현된 자연 대상물은 엠블럼화된emblemized 낯선 형과 색으로 시선을 잡고, 심리적 불편감을 주지만 이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연의 동일화에 대한 거부이자 홍일화가 재배치한 자연에의 친근화assimilation이자 미메시스적 화해였다.

신작 『Epine가시나무』시리즈에 와서 홍일화는 잃어버린 마법과 상상력을 ‘가시’로 무장하여 표상한다. 커다란 나무를 감싸고 제 몸마저도 미로처럼 온전한 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엉켜있는 가시덩굴, 별처럼 반짝이는 수 억 개의 가시, 무섭게 증식해 나가는 번식력……‘가시’는 구체적인 실상과 함께 다양한 함의로 다가온다. 숲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곳곳에 인간의 보전에 위해(危害) 되는 것들이 있고 이렇듯 인간이 자기 보전을 위해서 사실상 반자연적 질서를 추구함으로써 그 이전의 신화를 해체하고 자연을 지배하였다. 사용 가치의 유무에 따라 숲에 사는 생명체들을 분류하고 재단하였다. 인간의 간섭이 깊이 개입된 숲과 자연의 반격이 이제 시작될 차례이다. 자연 생태학적으로 가시덩굴은 숲의 변두리에 서식하며 외부의 침입을 막아서는 역할을 한다. 그 다음은 관목이 엉켜서 진입을 막고 그러한 방해를 뚫고 깊숙히 들어가면 중심에는 거대한 교목군이 군집하며 숲에 영양분을 공급하며 숲 생태의 보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용 가치 하나 없어 보이는 가시덩굴은 그렇게 자기 소임을 하고 있음에도 인간에게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알려진 그저 씨를 말려야 하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생태계 교란 식물이란 명칭은 인간의 문명에 의한 분류체계이다. 애초에 숲을 없애고 습지를 막고 하천에 시멘트 둑을 쌓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문명과 자본 사회에서는 동물이나 식물의 순순한 자연적 존재는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고, 인간이 자신의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치르는 대가는, 힘이 행사되는 대상으로부터의 소외이다. 홍일화의 이전 작품들이 자연과의 미메스적 화해였다면, 가시덩굴을 미메시스적 화해의 도구이자 표상으로 새롭게 풀어해친 『Epine가시나무』는 잃어버린 마법과 상상력을 되찾으러 숲으로 가는 길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장막이다. 자연이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자연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때문이다. 합리성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얻은 것은 인간 자신에 대한 지배와 자기 억압 상태로의 회귀이다.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었던 대자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가시’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한다. 가시는 상처와 고통의 표징이다. 대자연의 존재presence에 대한 근접proximity을 위한 인간적인 형태version는 바로 공감이다. 살을 찢기고 몸에 파고드는 고통의 수락은 가시나무로 인해 내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근본적인 공감이자 소외된 주체에게 낯설고 미지의 것이었던 객체와의 근접이다. 가시나무가 감추고 있을 수 많은 가시, 보는 것만으로도 동통이 느껴지는 범접불가의 기표 signifiant인 가시는 그러나 연약한 존재의 표상이자 기의 signifié를 가지고 있다. 바깥으로 가시를 표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살을 뚫는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미로로 만들기 위해서 가늘고 길게 땅으로 땅으로 엎드리고 뒤엉키며 스스로를 기형화 시켜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가시덩굴은 연약함을 숨기고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뭉쳐진 채 특유의 표독스러움으로 겁박하여 거대한 자연을 지키는 수문장이다. 이것은 하나의 나무를 나무 이상의 존재로 볼 수 있는 감수성이자 주술사가 자연의 사물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느끼는 것이며, 소년 워즈워드가 어린시절 자연으로부터 느꼈던 공포, 즉 자연 ‘이상의 것’에 대한 느낌 그 모두는 아도르노가 말하는 아우라Aura의 순간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이상의 것을 말하려 할 때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자연으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느끼는 순간이 아우라의 순간이며 그는 그 “이상의 것”을 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것으로 본다.

홍일화의 창작invention은 마주침의 대상인 가시나무를 인상적 대상으로 만든다. 사실적 가시나무가 아니라 그것과의 마주침에서 일어난 인상으로 되살려지는, 주어진 순간의 열정에 존재하는 가시나무이다. 그의 『Epine가시나무』는 한갓 골칫거리인 교란종의 식물이 아닌, 상처의 무덤으로 이루어진 폐쇄회로 혹은 고통으로 뭉쳐진 치욕의 흔적만이 아니다. 인간이 떠나버리고 문명이 망쳐버린 숲을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희생을 자처하여 다시 싹트고 움트는 산 것들이 자신의 길을 새록새록 열어가는 생명의 길을 지키는 반짝이는 숲의 정령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법과 상상력을 되찾기 위한 가시면류관이다. 가시나무로 인해 숲이 있고, 가시나무로 인해 내가 있다. 누구도 모르게 자라서 가시밭길을 이룬 가시나무처럼 내 속에 감추어진 가시나무는 내면을 향해 파고든다. 고통의 수락은 나의 육신과 함께 살아있는 우주의 모든 것에 경배하게 한다.

찬란히 빛나는 뭉클하고도 생생한 이 모든 生에게…….


Inviting to Ephemeral Landscape for Mimetic Reconciliation with Nature

KYEONG LIM CHA, Gallery Marie Art Director

Attempts to escape nature
There’s an age of mythology before the human history. There were twelve Olympian Gods ruling over the world and there was the origin of mankind. Nature that was ruled by Gods was a “whole of disordered nature” in a state of unknown, undifferentiated rather than a world that was formed with separate entities. In the book『Dialectic of Enlightenment』written by Theodor W. Adorno mentioned it is beyond the experimental world and there are spirits in objects, and humans have feelings of fear and uneasiness toward unfamiliar and unknown a “whole of disordered nature”.

Unlike Gods, we as humans are mortal and have a fate of Thanatos(death) and have to face with own fate. When humans were able to have shamanistic communication with Gods, nature that is equal to God had the mystical, supernatural, magical, and divine power and beauty. But there were many forbidden elements, threats, and fears to humans. Humans had to break away from the domination of nature to achieve the goal of self-preservation and had to establish civilization. Humans escaped from Gods and nature, and it came to an end of mythology.

“Forest, an ecological wild space, is the object of fear to humans, but at the same time it’s mysterious because it’s inviolable.”
- From the artist’ notes


Humans started to define nature in a frame of internal representations. When we encounter indefinable things, we feel fear. In『Ephemeral Landscape』series of Hong Il Wha’s paintings, there’s an unidentified pink mass in the middle of a forest and a river and it is not pleasant unfamiliarity. That nature object creates the mysterious atmosphere as if it is personified and alive but at the same time it’s uncomfortable, strange, unsettling and terrifying. It reminds of the moorland in the movie『Maleficent』that is isolated from humans and full of fairies, trees, rocks, cliffs, and flowers that we have never seen before. It almost seems that’s how the artist expresses the experience of the night in the Gotjawal forest in Jeju. Lack of social constructs and the cost of civilization established by escaping from nature, they seem to be total chaos that is not conceptualized. It makes us feel fear and mysterious as if being lost in a pitch-dark forest.

Dominate Nature
Humans adapted to nature but didn’t stop attempting to dominate nature with a sneaky ploy through modern enlightenment. Philosophy of modern enlightenment and science were developed to focus on unveiling the mysteries of nature. Nature is no longer a mysterious object that has a mythical power. It became a simple object for humans when divineness was eliminated. We started being oblivious to nature that sustains us once we conceptualized and blended the elements of nature that have ambiguous, disordered, and unfamiliar meanings into one and when we concealed the profound differences. Nature is devalued and subordinated.

“If you don’t follow the majority, it almost feels like people intimidate or judge you as if you have committed an illegal act.”
- From the artist’ notes


In Hong Il Wha’s『Ephemeral Landscape』series, not only unidentified mass is depicted in pink color, but also the woods, rivers, oceans, lands, and waves are also painted in pink color. The shock from the sight of pink colored mass melting down reminds of the critique from Adorno that enlightenment is a process of pursuing domination of the world that becomes another mythology rather than builds a civilization. Universality puts pressure on the minority. An act of violence is exercised to keep the identity and to eliminate the non-identity, and the otherness. Therefore, the identity as enlightenment is about giving up on being civilized and causing barbarism that is similar to Nazism.

Using pink color to depict the woods, and the ocean audaciously in Hong Il Wha’s paintings can be interpreted as rebelling against repression of civilization, domination, and social barbarism. In addition, the landscape is “ephemeral” in his painting in order to oppose absoluteness, generality, unification and sameness. Furthermore, it reveals that perceiving and representing an object as non-identity is subjective and incomplete. The identity with understanding of concept is an illusion and he resists a fundamental error of belief that is mistaken and seeks possibilities of liberation to not leave any certainty.

Reconcile Mimetically with Nature
What we achieved by pursuing order against nature for self-preservation to dismantle mythology and to dominate nature is a regression to self-repression. Are there any possible ways to live in harmony with nature without being restricted, and dominating? This question reminds of the dialogue between characters in the movie『In to the Woods』.

…But he seemed so nice. And he showed me things, many beautiful things that I hadn’t thought to explore. People make mistakes. Wrong things, right things. Who can say what’s true? Nothing’s quite so clear now. Do things, fight things. You decide. Witches can be right, giant can be good. You decide what’s right. You decide what’s good. Wish you could live in between…

A forest is beautiful but there are dangers to humans for self-preservation and living in nature for a long period of time is an illusion of happiness and becomes dull and idle. Therefore, mythology doesn’t imply to be obsessed over nature with a shamanistic approach but it indicates the way of escaping nature with a crafty scheme. It’s about somewhere in-between the moments after and before leaving God to dominate nature.

Adorno mentioned ‘mimetic reconciliation’ for a solution regarding living somewhere in-between village and the woods where humans dream of. The term ‘mimesis’ in art philosophy means “imitation” but Adorno defines the meaning of mimesis as “assimilating with objects”. Mimesis implies that it approaches familiarly while keeping the distance to be perceived the self as others and it had mimetic moments in mythological worlds. For example, shamans try to resemble demons to surprise or to appease them. Shamans neither deny nor dominate nature or Gods but only attempt to become alike by being close to. But instinctive mimesis was modified to a purpose-oriented concept and it degraded to a skilled tool through the process of enlightenment. How can we take back the original mimesis?

According to Adorno, mimetic moments that are dismissed during the process of enlightenment can be restored in terms of aesthetic art with keen sensibility. Mimesis in artworks does not simply imitate. It assimilates the self to the object. An artwork is neither result of the thoughtless reflection on reality nor a virtual world escaped from reality. It closely relates to reality, and the key point of it is that artwork suggests another possibility of relations instead of rearranging factors of reality or dominating. Artist’s painting is about ‘to paint’ rather than ‘to represent’. It indicates stimulating non-identity in the midst of resisting identity that is repressive and controls reality.

In his previous series『Schema』, women wearing flashy clothes, makeup and jewelry were realistically depicted in detail like a fashion magazine. Fashion accessories are wrapped with schematized pattern as if being part of nature and makeup is depicted as protective or warning coloration. The edges of main subject and the background are vague and ambiguous and it’s a portrait that is the boundary between reality and unreality. In another series『Interrace』women are represented as if they are interweaved with plants, fishes, animals and nature objects. It almost seems like cover girls in Vogue and Cosmopolitan magazines are intermingled with nature from National Geographic through his paintings. Hong Il Wha says it’s about great admiration for women giving birth and the glory of the mysteries of human beings. In another word, it’s a mimetic ritual expression to assimilate mysterious and powerful nature, and a shamanistic communication that is similar to back in the age of mythology.

Ornaments of nature objects borrowed from baroque flamboyance are distorted to give a dramatic effect and contrast, and it makes viewers interpret the allegory in a grotesque way. Also, nature objects are represented surrealistically with unusual emblemized forms and colors. They draw attention and give unsettling feelings. It’s the mimetic reconciliation and assimilation to nature that is rearranged by the artist.

Viewers find the beauty of artworks when they make a mimetic approach. However, it is not for assimilating to artworks or disappearing the self. When we are in nature or see artworks we feel a surge of excitement and pleasure because we realize the impermanence of life and limitations from being non-identical between self and other. This feeling does not make your ego disappear but rather it opens your eyes to your own existence. We see natural beauty with feelings of excitement. It’s not just nature, not individual natural beauty, but the beauty that is an end in itself. The moments of “reconciliation” emerge on the experience of beauty of nature. It is about co-existing by embracing the differences of existence without dominating instead of changing oneself or others for unification.

There is a door to reconcile with nature in Hong Il Wha’s aestheticized and recomposed landscape and portrait paintings. A forest that we have ignored is beautiful to look at as what it is, and there is a path to it where we would find unexpected fear and mysterious feelings of excitement.

Aesthetics that can set us free from exhausting and savage fights of “independent individuals” is right in front of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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