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ne
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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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의 창작invention은 마주침의 대상인 가시나무를 인상적 대상으로 만든다. 사실적 가시나무가 아니라 그것과의 마주침에서 일어난 인상으로 되살려지는, 주어진 순간의 열정에 존재하는 가시나무이다. 그의 『Epine가시나무』는 한갓 골칫거리인 교란종의 식물이 아닌, 상처의 무덤으로 이루어진 폐쇄회로 혹은 고통으로 뭉쳐진 치욕의 흔적만이 아니다. 인간이 떠나버리고 문명이 망쳐버린 숲을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희생을 자처하여 다시 싹트고 움트는 산 것들이 자신의 길을 새록새록 열어가는 생명의 길을 지키는 반짝이는 숲의 정령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법과 상상력을 되찾기 위한 가시면류관이다. 가시나무로 인해 숲이 있고, 가시나무로 인해 내가 있다. 누구도 모르게 자라서 가시밭길을 이룬 가시나무처럼 내 속에 감추어진 가시나무는 내면을 향해 파고든다. 고통의 수락은 나의 육신과 함께 살아있는 우주의 모든 것에 경배하게 한다. - 차경림 (갤러리 마리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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